사노라면 때로는
억울한 때도 있습니다.
맑은 하늘에도 갑자기 먹구름 일고 소낙비 내리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어찌 비오고 바람불날 없으리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로 인하여 생긴 일인데도
반성하고 참회하기보다는
남 탓으로 돌리고 변명하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괴로워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과 차가운 시선뿐이랍니다.
아무리 두꺼운 먹구름이라도
영원히 태양을 가릴 수 없듯이
자기 양심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은
바람 불면 날아갈 먹구름을 벗어나려고 어리석은 몸부림을 치지 않습니다.
거짓이나 진실은
시간이란 재판관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그 본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나의 감춰진 모습을 벗겨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억울하다고 남 탓을 하며
변명하고 하소연하는 자는
말은 많지만
말의 앞뒤가 맞지 않고
귀 기울일 말이 없으며
호소하는 눈물에는 거짓과 비열함이 추하게 흘러내립니다.
하지만 애먼 일을 당하고도
분해하지 않고 침묵하며
의연함을 잃지 않는 사람의 모습에는 당당한 진실의 외침이 뿜어 나온답니다.
사노라면 때로는
억울할 때도 있지요.
허나 내가 있기에 억울하고
분한 일이 생기고
내가 없으면 분하고 억울할 것도 없는데 누굴 탓하겠습니까.
침묵이 진실의 외침이라면
변명은 거짓의 수렁입니다.
참회해야 할 사람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난 데 부채질 하는 꼴이고
비 내릴 때 손등으로 하늘 막는 격입니다.
나로 인하여 생긴 일은
참회의 눈물 없이는 씻을 길이 없습니다.
참회는
어두운 나를 밝게 해줍니다.
혼탁한 나를 맑게 해줍니다.
무거운 나를 가볍게 해줍니다.
나약한 나를 건강하게 해줍니다.
꼭꼭 올아맨 내 몸을 자유롭게 풀어줍니다.
다툼과 갈등이 없는 세상은
참회가 있는 곳이며
침묵의 외침이 들리는 곳입니다.
침묵의 웅변에 박수를 보내고
참회의 눈물에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세상이 우리의 삶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의 길은 없어도 내가 갈 길은 있다〉
설봉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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